아빠는 투어 중
자녀와 원격으로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재미있는 방법들
봉쇄령 이후로 다들 장기간 집에 계실 텐데요. 저는 원래 연중에 절반은 아이들과 떨어져 있었는데 지금은 벌써 옛일 같답니다.
션윈은 보통 12월부터 5월까지 투어를 하기 때문에 투어 중에는 집에 가기가 힘들죠. 하지만 작년에는 처음으로 집에서 온전히 겨울과 봄을 났을 뿐만 아니라(아, 이 트리가 그런 역할을 하네요!) 올해 3살 7살인 두 딸과 매일매일 함께 했답니다.
하지만 곧 점점 더 많은 도시와 극장이 다시 문을 열면 우리도 투어를 재개할 것이고, 온 가족은 예전의 생활 리듬에 다시 적응해야 할 거예요.
자녀와 장거리 관계를 유지하는 데 따른 어려움은 저만 겪는 일은 아닙니다. 운동선수와 지원팀, 디벨로퍼나 엔지니어, 과학자 등 많은 부모님들이 이런 어려움을 겪고 계시죠. 물론 군인들도 있는데, 이분들은 이뿐 아니라 매일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자녀에게 사랑한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육아를 돕고, 기쁘게 해주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녀가 어리면 그게 쉽지는 않지요.
아래 아이디어는 제가 영상통화를 할 때 딸아이의 주의를 끄느라 적극 시도한 방법입니다. 젖먹이 때, 유아기 때, 그리고 아이들이 둘이 됐을 때 썼던 방법이 각각 있는데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제 막 아빠나 엄마가 되신 분들을 위해 제가 터득한 몇 가지 재미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노련하신 부모님들도 좋은 방법이 있으시면 의견 보내기 코너에 알려주세요.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래 내용을 유념해 주세요.
a. 저는 지금까지 6세까지만 키워봐서 10대 청소년에게 어떤 것이 효과적인지는 전혀 모릅니다.
b. 양육 방식이나 교육 철학은 사람마다 많이 다릅니다. 일부 부모님은 매일 이렇게 해야 하냐며 강한 반론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c. 제 경험은 아빠가 투어를 떠나고 아이들은 집에서 엄마와 함께 있는 경우입니다. 그 반대의 경우나, 부모님이 다 밖에 있거나, 자녀가 조부모님이나 다른 가족과 함께 있는 경우에는 어떤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많은 부분이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d. 이들 아이디어 중 일부는 터무니없을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이제부터 10가지 재미있는 방법을 특별한 순서 없이 소개하겠습니다.
#1: 책을 꺼냅니다
유아기 자녀와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우루루 까꿍 등 아는 걸 총동원했는데 47초가 지나니까 아이가 더는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다 놓쳐버리겠어요!
빨리 책을 꺼내세요. 아니, ‘전쟁과 평화’ 말고 그림책이요. 그리고 동물 나오는 거요. 많이 나오고, 말하는 동물이면 좋아요. 제 딸이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무~’라고 말하기 좋아하는 작은 토끼였습니다..
투어 때마다 저는 그림동화책 몇 권을 챙겨서 영상통화 할 때 그림을 보여주며 읽어줬습니다(덕분에 애들 엄마도 5분 정도는 쉴 수 있었죠).
그 책들이 식상해지면 집에 보내고 새 책을 몇 권 삽니다.
#2번: 식사 중일 때 잡으세요
영상통화 시간을 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겨우 5분의 시간 내서 안부 인사를 하려 했는데, 아내는 전화로 회의 중이고 딸이 낮잠을 자고 있다는 걸 알면 실망스럽거든요. 식사 시간도 좋습니다.
‘마음 챙김 식사’ 코치님은 동의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꽤 유용한 타협점이 됩니다. 아기는 못 빠져나가는 아기의자에 앉아서 맘마를 먹는 동시에 놀게 되는 겁니다.(게다가 이건 코치들도 동의할 텐데, 아기는 자기도 모르게 많이 먹게 될 걸요.)
이 방법은 대부분 전자기기로 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저희는 아이들이 전자기기를 갖고 노는 것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점 말씀드려요. 통화 중에는 아이들이 휴대전화를 손에 들지 못하게 하고, 대신 바로 아이들 앞에 놓아둡니다. 통화가 끝나면 휴대전화 사용도 끝나죠. 기기를 계속 켜놓지도 않아요. 그러다가는 아이들이 '양들의 침묵’을 어린이 영화로 착각해 볼 수도 있잖아요.
#3: 노래하는 모습 녹음하기
저는 노래를 잘 하진 못합니다. 하지만 딸아이가 하룻밤에 다섯 번씩 깨고 아내가 지쳐 있을 때, 집에 있는 몇 달 동안은 제가 취침 시간을 관리했습니다. 목욕, 잠옷, 우유, 책이 끝나면 드디어 불이 꺼지고 잠이 들었습니다! 한 가지 효과가 있던 것이 노래였어요. 딸이 선택의 기로에 서더군요. 잠들든지, 아니면 아빠의 ‘노래’에 시달리든지.
“그런데, 당신 곧 투어 시작하면 어떻게 하지?” 아내가 물었습니다. 아내는 제가 노래하는 장면을 20분 가량 녹음해서 딸이 잠들 때 틀어줬습니다. 좋든 나쁘든 딸이 매일 밤 눈을 감을 때 마지막으로 듣는 건 아빠의 노래였습니다. 왠지 딸은 여전히 별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4: 인형을 구하세요
강아지 아니고 강아지 인형이요. 강아지라면 확실히 관심을 끌겠지만 손인형도 충분히 효과 있습니다. 딸이 2살 때 호주에서 코알라 인형을 샀답니다. 저는 공연예술 회사에서 일하지만 인형극 배우로 오해받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인형에 관한 한 저는 창의성이 제로에 가깝거든요.
여하튼 효과는 있었습니다. 코알라는 화면에 등장해 화면 밖에 있는 아빠의 말에 동의하거나 반대하기도 하고, 누가 화면에 등장할지를 두고 종종 작은 다툼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코알라 인형들이 마치 서툰 배우처럼 연기하는 거죠.
#5: 동물 인형들의 모험
코알라 다음에는 시카고 홀푸드에서 산 펭귄 핑기를 내보냈습니다. 그다음에는 어느 쇼핑몰에서 산 포키와 불쌍한 고양이, 캐나다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산 캐나다곰이 등장했습니다. 인형들이 개성 넘치죠. 영상통화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3살 아이와 평범한 대화를 나누다가 아이가 관심이 없어지는 것 같으면 새 친구를 꺼내보세요. 사실, 잠시 후 딸아이는 당신 말고 인형을 보여달라고 할 걸요. 그게 인생입니다. 아이가 또 다른 중요한 남자를 찾을 때를 대비해 지금 준비하는 것도 좋죠. 그런데 한 40년쯤 후의 일이면 좋겠어요.
이제 진짜 팁을 알려드릴게요. 제목만 보고 넘어가지 않으신 데 대한 보답으로요. 이 인형들이 모험을 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보세요.
제 딸들이 가장 재미있어 한 건 핑기의 장난이었습니다. 다음 호텔에 도착할 때마다 핑기가 탐험을 했거든요. 침대에서 뛰어내리기도 하고요. 수도꼭지의 자동 센서를 작동시킨 다음에 갑자기 튀어나가기도 했죠. 러닝머신에 올라타서 방을 가로질러 튕겨 나가기도 했고요. 딸들은 이 우스꽝스럽고 저화질에다 흔들리기까지 한 캠 동영상을 끝도 없이 보았답니다.
투어가 끝날 때가 가까워지자, 저는 핑기와 불쌍한 고양이가 너희들을 직접 만나고 싶어 한다, 곧 만날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제가 집에 들어서서 가방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딸들은 인형부터 찾더군요.
#6: 짧게나마 셀프 비디오를 찍어보세요
특히 아시아나 호주에 있을 때는 스케줄이 맞지 않는 날이 많았습니다. 며칠 동안 인사도 못 하고 지내던 와중에 아내가 짧은 동영상을 보내보라고 했어요.
이런 동영상은 1분 안쪽으로 만들 수 있어 전송이 금방 되고, 만드는 방법도 간단합니다. 이런 식으로요.
“얘들아 안녕? 아빠 지금 분장실이야. 조명 어때? 진짜 노랗지? 여기 아빠 친구야, 인사드려… 좋은 하루 보내렴. 난 이제 공연 준비해야 돼. 내일 또 보자, 안녕!”
시간이 지나면서, 관광을 가거나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때마다 저는 휴대폰을 꺼내 짧은 동영상을 찍었습니다. 저를 가리키며 인사하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멋진 분수, 희한한 동물 등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만한 장면을 보여주곤 했죠.
이런 동영상의 장점은 저도 시간 날 때 찍고, 아이들도 시간 날 때 보면 된다는 것입니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볼 수 있고요.
그리고 아이들이 동영상을 보내올 수도 있지요!
#7: 엽서
전자기기에서 잠시 벗어나 가장 전통적인 여행 커뮤니케이션 방법 중 하나인 엽서를 살펴볼까요. 엽서는 주유소, 공항, 호텔 등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고 저렴하며 깜짝 선물로도 좋습니다. 특히 자녀가 글을 배우기 시작했다면 큰 글씨로 간단한 메시지를 적어서 엽서로 보내보세요. 아이 엄마한테 부치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8: 선물 박스
이 프로젝트는 제가 몇 번 밖에 시도하지 않은 좀 큰 프로젝트입니다. 하지만 어린 아이가 자기 앞으로 온 소포를 우편으로 받는 기쁨을 상상해 보세요... 그죠, 아마존으로요. 하지만 몇 달간 못 보던 아빠가 상자 가득 선물을 채워 보낸다면? 장난감, 책(읽다 지친 책), 이국적인 간식 및 기타 선물을 포함할 수 있을 거예요. 끊임없이 사 모은 작은 기념품들 때문에 여행가방만으로는 감당이 안 될 때도 도움이 되고요.
#9위: 젤리베어
뭐라고요? 처음엔 동영상이더니, 이제 단 거가 나오네요? 무슨 부모가 그러냐고요? 아뇨, 아니에요. 이건 그냥 산수 공부예요. 미국 속담 아시죠? ‘아빠가 없는 날은 젤리 곰이다.’
투어 가기 전, 저는 지퍼락에 젤리베어를 담아서 딸아이한테 정성스레 세어줍니다. 제가 떠난 날짜부터 계산해서 하루 당 젤리베어 하나로요. 딸은 매일 밤 저녁 식사 후에 젤리베어를 하나씩 먹었어요. 아이는 맛있게 먹었을 뿐 아니라 자기가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았어요. “아빠, 파란 곰 다 먹었어요! 이제 빨강, 주황, 노랑만 남았어요!”
#10: 스토리 기록하기
마지막으로 소개할 재미있는 방법은 교육적 측면에서 제가 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동화책을 녹음하는 것입니다. 1년 전 투어를 떠나기 전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다섯 권 골라 녹음해 두었습니다. 엄마가 저녁 준비를 할 때나 장거리 이동 중에도 아이들이 들을 수 있었죠. 아이들도 책장을 넘기며 따라 할 수 있었고요. 왜 옛날 따라 읽기 레코드판의 개인 맞춤형 버전 같았다고 할까요.
스토리를 구성해서 본인한테 더 맞게 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날 장거리 버스 이동을 하다가 4살짜리 아이가 이해할 만한 몇 가지 중요한 주제를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구에게든 친절하기, 자기 할 일 잘하기 등이었죠. 당시 아이가 골디락스 이야기를 좋아하던 때라, 이미 골디락스와 인어공주, 골디락스와 날아다니는 용 등 고전이 될 만한 골디락스 동화를 몇 편 만들어 놨었어요.
그래서 제가 다루고 싶은 주제를 골디락스에 빗대서 딸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을 녹음했습니다. 예를 들면, 딸이 밤에 공갈젖꼭지를 뗄 시기가 돼서, 이야기 제목을 ‘골디락스와 마법의 공갈젖꼭지 나무’로 했습니다. 마당에 있는 나무 옆에 갑자기 보라색 바위가 나타나더니, 골디락스에게 이건 마법의 공갈젖꼭지 나무라고 하면서, 골디락스는 이제 공갈젖꼭지가 필요 없다며 모든 공갈젖꼭지를 나무에 장식으로 달아놓는다는 내용입니다.
투어가 끝나고 집에 돌아왔더니 신기하게도 마당에 있는 나무 옆에 보라색 바위가 나타났습니다. 우리는 나가서 공갈젖꼭지를 걸어뒀지요. 그 후로 아이는 다시는 공갈젖꼭지를 찾지 않았어요.
* * *
자, 10개면 충분할 것 같네요. 제 생각에 충분하고도 남을 것 같은데요. 아, 몇 가지 팁이 더 생각나네요.
일정이나 경제 사정이 된다면 투어 도중에 가족 모임을 갖고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낸 시간을 달랠 수도 있습니다.
자녀가 둘 이상인 경우, 통화할 때 한 명씩 하거나 함께 통화하는 등 자녀 한 명 한 명에게 개별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큰아이에게는 엄마의 작은 도우미가 되어달라고 부탁해서 책임감과 목표 의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때로는 실제로 도움을 줄 수도 있답니다.
집에 돌아올 때를 위한 보너스 팁
가족의 생활 리듬에 다시 적응하세요. 적응 기간에 대비하고 인내심을 가지세요. 제 아내는 매년 제가 집에 돌아오면 서서히 가족 간의 리듬을 되찾는데요. 완전히 리듬을 되찾을 때면 다시 투어를 떠날 때가 되었다고 농담을 하곤 합니다. 그런 게 리듬이죠.
제가 투어 중일 때 가족은 저 없이 일상 생활을 해나가는 방법을 찾았고, 제가 동의하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는 습관, 즉 문제가 생겼을 때 제가 곁에 없어서 있는지도 몰랐던 문제를 해결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가족을 지켜보고, 관찰하고, 대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들, 특히 어린아이들은 여전히 몸 푸는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보통 아주 빨리 회복하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 * *
여기까지입니다. 이 방법 중 유용한 게 몇 가지라도 있거나, 나아가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시면 좋겠네요. 특히 이제 막 부모가 되셨거나 갑자기 여행을 떠나야 하시거나 집을 떠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다면 이 재미있는 방법들이 도움이 되시기 바랍니다.
몇 달 동안 집을 비울 때 정기적으로 함께 하면 아이들도 기분이 좋아지고 우리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리샤이 레미시 (Leeshai Lemish)
사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