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윈 공연을 가능하게 한 것은 무엇일까요?
보이지 않는 것들: “빠른 전환”, 모치[默契], 그리고 성스럽게 바쳐진 문화
션윈을 본 많은 사람들은, 무용수들이 춤과 춤 사이에 어떻게 그렇게 빨리 복장을 교체하는지, 어떻게 그렇게 통일적으로 춤을 출 수 있는지, 또 라이브 음악과 하이테크 디지털 무대배경이 어쩌면 그렇게 매끄럽게 무대 위 연출을 보완해내는지에 대하여 감탄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수많은 시간의 훈련과 리허설이 수반됩니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닙니다. 무대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한번 들여다보겠습니다.
빠른 전환
관객들은 때때로 션윈의 무용수들이 옷 갈아입는 속도를 믿기 어려워합니다. 저희 무용수들은 무대 위에 부처의 모습으로 등장했다가, 또 다음 순간에는 병사들로 등장했다가, 또 다음 무대에서는 서유기의 별난 캐릭터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내는 걸까요?'
일단 완벽한 준비, 즉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합시다. 여기에 훈련이 더해집니다. 즉, 옷을 갈아입는 가장 빠른 방법을 체득해내고 그 시간을 1000분의 1초까지 완벽하게 단축하는 것이죠. 복장 교체는 정말이지 그 자체만으로도 연습이 필요한 기술입니다. 셀 수 없는 반복 끝에 드디어 몸에 배게 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빠른 복장교체를 위해서는 서로 도와야만 하기 때문에 모두의 협력이 관건입니다. 심지어 무용수들은 무용 도중에 완전히 다른 복식으로 갈아입어야할 때도 있는데요, 이런 특수한 경우를 일컬어 “고도의 빠른 전환”이라고 부릅니다. 이럴 때면 협력은 훨씬 더 중요해집니다. 저희 무용수들은 신속한 업무 완수를 위해 서로에게 의지해야만 하는 것이죠.
누구와도 ‘모치’를 한다고요?
무대 위에서는 또다른 종류의 협력이 이루어집니다. ‘모치[默契]’ 또는 묵시적인 약속이라 불리는 것인데요, 그 발음이 일본의 전통떡인 모찌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모치’는 모찌와는 다른 말이지만, ‘모치’ 역시 투명한 풀과도 같다는 점에서는 쫀득한 모찌와 비슷한 점도 있겠네요. 무용수들에게 있어 ‘모치’는 무대 위에서 끈임없이 서로 동료 무용수를 의식하는 하나의 기술입니다. 심지어 각자의 움직임, 위치, 타이밍 등을 모두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저희의 움직임을 통일되게 유지시키고 무용수들 간의 불측의 충돌을 막아주는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모치’가 가능하려면 무용수 상호간에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만 하는데, 함께 수많은 시간을 연습하고 리허설하는 과정에서 유대가 점차 돈독해지는 것이죠.
사실, 션윈 단원들의 협력은 무대 위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저희들은 공연뿐 아니라 일상적인 업무도 늘 함께 합니다. 가령, 한 극장에서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나면, 수석무용수에서 버스 운전기사까지 모두가 무대철거에 참여합니다. 그 덕분에 한 시간만에 모든 짐을 정리할 수 있게 되죠. 현지 극장 관계자들에게는 한 시간만에 무대를 정리하는 것이 믿기 어려웠는지, 저희의 작업과정을 “잘 기름칠된 하나의 기계장칙’와 같았다고 말해주더군요.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렇게 잘 협력할 수 있을까요? 사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은 표면적인 것일 뿐이고, 진정한 원동력은 뭔가 더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신전문화의 되살림
션윈 공연의 기획의도는 5000년 중국 신전문화를 되살리는 것입니다. “신전(Divnely inspired)”은 인, 의, 예, 지, 신과 같은 중국의 근본적인 가치와 믿음을 관통하는 더욱 깊은 정신적 핵심입니다. 저희는 나아가 이러한 가치들이 전세계 모든 이들과 함께 공유되어야 할 보편적인 가치라고 믿습니다.
저희 션윈 단원들에게, 공연은 단순한 직업이나 엔터테인먼트(물론 중국전통무용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요) 이상의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뿐 아니라 우리의 관객들을 위하여 공연합니다. 션윈 공연을 본 후에 여러분이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아가고 새로운 관점에서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이를 위해서 저희 션윈 단원들은 매번의 쇼가 완벽할 것을 보장해야 하고, 이는 무대 위 실연자들부터 오케스트라, 디지털 무대 배경까지 저희 전체가 협력해내는 능력에 크게 좌우지 됩니다.
무대 위에서 잘 협력하기 위해, 우리는 무대 아래에서도 함께 일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 단원 모두는 매일의 일상생활에서 긍정적인 가치들을 체현해내고 스스로의 도덕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항상, 누군가 짐옮기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든 솔선하여 짐을 싣는 것이든,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려 노력합니다. 우리는 모두를 친절과 존경으로 대하려 노력합니다. 우리는 어려울 때 서로를 격려하고 성공의 순간에 기쁨을 나누는, 정직하고 선한 사람들이 되려 노력합니다.
그러한 결과는 여러가지로 나타납니다. 하나는 일상생활에서 전통적인 가치의 체현입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무대 위에서 그러한 가치들의 체현으로 이어집니다. 또 하나는 우리가 매우 단단하게 잘 짜여진 공동체가 된다는 것입니다. 각자가 전체의 일원으로서 그 또는 그녀의 역할을 해냄으로써 완벽한 성공을 보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러고보니, 이러한 협력과정은 션윈 무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춤 중 하나인 젓가락춤(Chopstick Zest)를 연상케 하네요. 이 춤에서 몽고 남성들은 양 손에 젓가락을 한뭉치씩 들고 드넓은 들판을 뛰어다니는데요, 엠씨는 관객들에게 이렇게 소개하죠. “젓가락 하나는 젓가락 뭉치보다 부러뜨리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음을 모아 협력해야 하나봅니다”
이러한 저희의 모든 노력은 션윈의 미션, 즉 “중국의 진실한 신전문화의 부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높은 도덕성을 갖춤으로써, 저희는 무대 위는 물론 아래에서도 서로 잘 협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커튼 콜에서 기립박수를 받을 때, 관객들이 진심으로 저희의 메시지를 이해했다고 느낍니다. 이것이야말로 저희가 계속해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격려의 갈채이지요.
Gary Liu
Dancer
2013년 4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