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밀렌 나체프 인터뷰
지휘자 밀렌 나체프의 화려한 경력은 불가리아에서 피아노 레슨을 받던 시절부터 시작해 러시아의 가장 명망 있는 음악가를 사사한 후, 미국 그리고 카네기홀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션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있는 이곳 뉴욕에서 그는 새로운 고향, 새로운 만족감과 운명을 직감하게 됐다.
그는 올 가을 션윈 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대망의 17개 도시 순회공연을 떠나 일본과 대만에서의 데뷔무대와 더불어 워싱턴DC 카네기센터와 뉴욕 카네기홀에서도 변함없이 콘서트 무대를 갖는다.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리허설로 바쁜 가운데 우리는 지휘자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Q: 제일 처음 음악을 만난 순간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나체프: 그 순간을 기억합니다. 할머니가 처음 피아노 레슨을 데려가 주셨어요. 그 첫 만남이 내 인생을 영원히 송두리째 바꿔 놓았지요. 당시 다섯 살이었는데 피아노 선생님을 정말 좋아했어요. 제게 자신감을 많이 심어주셨죠. 1년 후에 벨라 바르톡의 어린이를 위한 앨범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래서 선생님의 권유로 콩쿠르에 참가하게 됐고, 제 또래 그룹에서 우승을 했어요. 그리고 같은 해에 피아니스트로서의 정식 무대를 가졌죠. 물론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였지만, 그들은 진짜 관객들이었고, 공연의 강도는 똑같았어요.
Q: 언제부터 음악가가 되기로 결심하셨나요?
나체프: 아홉 살 때 집에서 레코드판 하나를 틀어놓고 지휘를 했는데, 브람스 교향곡 4번이었어요. 그때 큰 기쁨을 발견했어요. 악보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기억에 의존해 지휘를 했는데, 음악과 몸짓 간의 물리적 연결이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음악학교에 들어가서 피아노와 합창단 지휘를 배웠어요. 당시 운이 좋아서 아주 최고의 선생님들께 배웠는데, 그 분들은 제게 음악만 가르치신 게 아니라 음악가로서 또 인간으로서 인생의 본보기도 되어주셨죠. 특히 제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된 것은 주로 불가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합창단의 지휘자이신 바실 아르노도프 교수님 덕분인데요. 그 분이 저를 독려해서 그곳에 갈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어요.
그 다음에도 매우 훌륭한 분에게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유리 테미르카노프나 발레리 게르기예프 같은 유명 지휘자들을 수없이 많이 길러내신 일리야 뮤신 교수님이셨어요. 그 분은 테크닉을 가르치셨고, 또 몸짓을 통해 오케스트라와 소통할 수 있는 자연스런 감정들을 길러주셨을 뿐 아니라, 프로페셔널한 지휘자로서 완전한 인격을 형성하고 완벽한 음악가가 되기 위해 갖춰야할 많은 것들을 이론과 실천으로 가르쳐주셨습니다. 그 분은 매일 우리들에게 어떻게 오케스트라와 교감하고, 함께 리허설하고, 또 제한된 시간 안에 수준을 끌어 올리는가 하는 것과 자신의 역량을 믿는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제게는 단지 지휘를 가르쳐주신 스승인 것만이 아니라 제 2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Q: 여러 오케스트라에서 지휘하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볼 때, 최고의 지휘자를 만드는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나체프: 복잡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입니다. 음악적으로나 이론적으로 아주 치밀하게 준비해야할 뿐 아니라, 음악사와 오케스트라 구성 악기 각각이 갖는 역량에 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심리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인데요. 우리는 악기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하죠. 이 중요한 점을 깨닫게 되면, 임하는 자세가 완전히 바뀌고, 오로지 앞에 앉은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싶을 뿐입니다. 또 연주자들이 지휘자인 저를 보며 영감을 얻는 모습이 보고 싶고, 그들이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이끌고 싶죠. 그것이 지휘자로서 얻는 최고의 만족입니다. 저는 션윈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면서 그런 믿을 수 없는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영감을 느낄 수 있었고, 우리 주변이 이 영감으로 가득 찬 것을 느꼈죠.
Q: 션윈 음악가들은 파룬따파를 수련하고 일상 속에서 그 정신적인 가르침을 따르고 있는데요. 이런 것이 음악을 창작하고 연주하는데 어떤 관련이 있는지요?
나체프: 정신수양의 환경 속에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도움이 됩니다. 우리는 말 그대로 함께 살고, 함께 공부하고, 함께 발전하고 있는데, 함께 명상을 하게 되면 우리 주변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성됩니다. 저는 이런 긍정적인 에너지가 무대에 오를 때 많은 도움을 준다고 믿어요.
Q: 관객들의 평을 들어보면 음악에 뭔가 특별한 힘이 있다는 의견이 종종 보이는데요?
나체프: 이런 말이 있죠. “말이 끝나는 곳에서 음악이 시작된다.” 만약 션윈 오케스트라를 다른 오케스트라와 비교한다면 션윈에서는 단지 음표와 선율만 따라 음악을 들려주고 있지는 않아요. 우리는 음악의 의미를 깊이 파고듭니다. 대부분의 오케스트라들은 정서적인 면을 지향하지만, 우리는 더 깊은 의미를 보여주기 위해 정서적인 면 그 이상을 추구하죠. 마치 악보에 담긴 비밀을 관객 앞에 펼쳐내는 것과 같아요.
그리고 수많은 관객들의 평을 보면, 눈물을 흘렸지만 왜 흘리게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을 볼 수 있어요. 또 행복감이 충만해졌지만 왜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있죠. 저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싶어요. 명상과 개인적인 계발, 개인적인 향상을 통해 우리가 표면적인 음악이 아닌 한 층 더 깊은 내적 의미로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다고요.
Q: 전 세계에서 온 음악가들과 함께하고 있는데요. 그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나체프: 우리는 오스트레일리아, 아시아, 유럽, 미국 등에서 온 음악가들이 있어요. 물론 그들은 최고의 기악 연주가들이고 정상급 전문가들이죠. 또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처럼 음악전통이 깊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일하는 것은 아주 신나는 일이죠. 하지만 음악이 가진 힘과 정신적 환경이 바로 우리를 한데 모으고 함께 노력하게 만듭니다.
이곳 음악가들은 확실히 제가 아는 다른 어떤 오케스트라에 있을 때보다 더 협력을 잘 이룹니다. 그럴 수 있는 주된 이유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 이면에 깊은 의미가 있어서라는 것을 깨달았죠.
저는 사실 션윈에 참여하게 된 것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개인측면에서 한 인간이자 예술가로서 인생을 바라보는 저의 견해는 파룬따파가 지향하는 바에 부합됩니다. 예술측면에서도 음악을 포함한 중국 전통문화를 되살리고자 하는 것이 어느 면에선 1960년대 중국 문화대혁명에 대한 우리의 대응과도 같기 때문에 또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때는 전통 중국문화만 거의 파괴된 것이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수많은 서양 클래식 작곡가, 시인, 소설가, 화가들도 죽었고 그들의 작품들도 소실됐습니다. 저는 이것을 반인류 범죄라고 말합니다. 수세기에 걸친 세계 문화유산이 단 몇 년 만에 말살된 것이죠.
Q: 고전적인 서양전통 교육을 받은 동유럽 출신자로서 션윈이 중국을 주제로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시는지요?
나체프: 먼저, 음악은 만국 공통어죠. 두 번째는 모든 종류의 음악을 해석하는 데에도 관련된 문제인데요. 저는 아주 오랜 기간, 수 세기에 걸쳐 각기 다른 국가에 살았던 여러 작곡가의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보면서 음악적 직관을 키워야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제 음악적 직관을 발달시켜주었죠.
그래서 얼후, 비파, 수르나이 같은 중국악기의 특성과 역량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중국 민속음악에 더 친숙해지려 애썼습니다. 이런 만국공용어를 통해 한번 의식이 열리면, 올바른 장단, 절음, 바른 분절을 알 수 있게 되지요. 물론 함께 일하는 친구나 동료들도 많습니다. 작곡가, 안무가들과 토의를 많이 하죠. 그래서 제가 아는 지식을 알려주는 동시에 또 많이 배웁니다. 양 방향 프로세스죠.
Q: 구체적인 예가 있다면?
나체프: 이틀 전에 심포니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얼후 삼중주를 연습했었어요. 그 과정에서 말없이 그저 세 연주자의 눈을 가만히 바라봤는데, 나는 그들이 필요한 종류의 박자가 무엇이고, 어떤 도움이 필요하고, 우리가 구절을 어떻게 전개할 수 있는지 이미 알았죠. 제 느낌엔 그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느껴졌어요. 제가 어느 부분부터 시작해서 어느 부분에서 끝나길 원하자, 우리 사이에 말 한마디 없었지만, 그들은 저를 완벽히 따라와 주었습니다.
Q: 언어를 초월한 소통이군요?
나체프: 그렇죠. 차원이 다른 소통이었습니다.
Q: 그런 소통을 통해 얻는 보람이 있다면?
나체프: 보람있다고 부를 만한 순간이 참 많은데요. 그 중 하나는 제가 방금 말한 그런 순간인데 저와 오케스트라가 완전히 서로를 이해하는 순간입니다. 이런 정신적 소통은 언어를 초월하는 그런 것이죠. 작품을 연주하고 난 후 작곡가들의 눈에서 신뢰를 발견할 때도 만족감을 느끼는 순간이죠. 하지만 이런 다국적 오케스트라와 함께 일하고, 이들과 나의 관점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운명에 대해 가장 감사하고 보람을 느끼죠.
Q: 운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나체프: 자신이 있을 곳을 찾은 느낌, 또 편안한 감을 느끼고 감사함을 느낄 때라고 생각합니다. 제 느낌인데 저는 제 자리를 찾은 것 같아요. 그 당시 물론 유럽에 머물며 오케스트라들을 이끌 기회도 있었지만 상관없었어요. 저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저를 시험해 보고 싶었죠. 미국에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저나 저의 음반, 이전의 경력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요. 그래서 저는 기회를 얻기 위해 처음부터 시작해 수년 동안 기다려야 했어요. 그러다가 전문성을 기르는 것만이 아니라 영혼과 깊은 조화를 이루는 것이며, 세계에 대해 느끼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을 때 저는 말했죠. “와, 이제 제자리를 찾았구나. 이제 남은 일은 최선을 다해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Q: 이번 콘서트에서 특별히 관객 분들과 나누고 싶은 작품이 있는지요?
나체프: 저에게 있어서는 프로그램의 모든 작품들이 서로 다른 기억들과 관련되어 있는데요. 우리 예술단과 함께 전 세계를 돌며 거의 모든 작품을 공연했었기 때문이죠. 매 작품 모두 특별히 마음에 와 닿는데, 지난 시즌에 119회나 공연에서 지휘를 했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사람들은 제게,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무엇이냐?”고 물어요. 어떤 음악을 지휘하든 지금 하고 있는 음악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입니다. 내년엔 그 때 지휘할 음악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되겠죠. 그래서 매우 특별한 관계라고 할 수 있어요.
Q: 션윈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에 온 관객들이 어떤 점을 인상 깊어 할까요?
나체프: 솔직히 관객들이 무대에서 나오는 사운드에 놀랄 거라고 생각해요. 동서양 악기가 결합되었기 때문에 사운드가 대단히 독창적이죠. 가능한 최상의 앙상블을 이루기 위해 매우 노력하고 있는데,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로 무척 고된 일이지만, 우리가 앙상블로 유명해졌으면 좋겠어요. 또 서로 다른 악기 그룹 간에 균형을 맞추는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선율은 항상 극히 명료하길 바라는데, 동시에 악보를 간단명료하게 하여 선율 위에 또 다른 스펙트럼의 색깔을 입힐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여러 차원에서 하고 있죠. 지휘자의 악보를 보면 조화, 균형, 악기편성처럼 수직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음악을 좀 더 인상 깊게 만들어 관객들에게 정말 진지한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다각도로 접근하는 등 수평적이기도 합니다. 관객들에게 감정적인 즐거움뿐만 아니라 음악에 담긴 완전히 다른 세계를 발견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