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가 끝날 무렵
늦은 밤 아니 새벽녘 즈음이라고 해야 할 시간, 나는 호텔 방에서 룸메이트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머리를 말리고 있다. 그녀는 컨디션이 좋지 않다. 지난 며칠간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꽤 힘들었던 모양이다.
지난밤 우리는 뉴질랜드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마쳤고 나는 잠시 사색에 잠긴다. 투어가 어떻게 끝을 향해 가는지 그리고 부담스러웠지만 가슴 벅찼던 나날들이 곧 과거의 일이 되리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오클랜드에서 공연했고 지금은 웰링턴에서 글을 쓴다. 션윈의 웰링턴 방문은 처음이었지만 좋은 인상을 남겼으리라 확신한다. 세인트 제임스 극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우리를 보러 온 관객들은 멋지고 유쾌했다. 그들은 공연자의 기를 살려주고 공연에 집중하게 만드는 관객이었다. 공연 기간 매일 커튼콜을 세 번이나 할 정도로 우리 공연을 잘 봤음을 보여준 그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웰링턴은 이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연지가 됐다. 여긴 조용하고 느긋하며 잔잔한 바람이 귓가를 스치는 곳이다. 3일 동안 지내며 공연장에서 식료품점까지 걸어본 게 전부지만 예술적이며 고풍스러운 이곳 분위기에 푹 빠졌다. 바닷가 가파른 언덕에 옹기종기 모인 집들을, 샌프란시스코를 추억하듯 작은 상점과 카페가 자리 잡은 아늑한 골목길의 토스카나 마을 풍경을 떠올리면…. 다음에 다시 와야겠다.
다시 공연이 끝나가는 이야기를 하자면 이번 시즌은 정말 바빴다. 타이완은 놀라웠는데 한마디로 말하면 “내가 살아있다는 게 믿기 힘들 정도”였다. 거의 매일 공연을 했지만, 매번 만석인 공연장은 우리의 노력을 보상하고도 남았다. 또 야시장으로 많이 놀러 간 것과 버블티, 훠궈 같은 음식 덕분에 아주 즐거워서 지금 돌이켜 보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오전 10시에 타이완 마지막 공연을 한 건 또 얼마나 놀라운 경험이었는지. 이제 막 일어나야 적당할 그 시간에 공연을 위한 모든 의상과 화장 준비를 끝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내일은 시드니로 떠난다. 그곳에서 11회 공연을 마치면 마지막 목적지는 아름다운 호놀룰루다. 와우!
호주로 돌아갈 생각에 마음이 들떠있다. 그리운 고향이니까. 시드니 캐피털 극장에서 시간을 좀 보내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을 먹으면서 호주에 온 기분을 내야지. 호주 과자 팀탐스와 쉐이프스, 피시 앤 칩스, 포 앤 트웬티 고기 파이와 셰퍼드 파이…. 진짜 천국이다.
Seron (Guang Ling) Chau
Dancer and soprano
2012년 4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