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의 순간
호텔, 버스, 공연장 그리고 다시 버스, 호텔, 버스, 그 다음 호텔.
공연 일정이 빽빽이 잡혀 있을 때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세상이다. 운이 좋게도 올해 유럽 투어가 지나치게 바쁘지 않았기 때문에 무대 밖의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한 행선지는 사랑과 빛의 도시, 파리였다. 짧은 체류 기간 동안 우리는 샹젤리제 거리와 라파예트 백화점을 다니며 쇼핑, 정확히는 아이쇼핑을 했다. 우리는 개선문, 노트르담 대성당, 오페라 가르니에 그리고 에펠탑과 같은 도시의 랜드마크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루브르 박물관
우리 예술단 매니저도 박물관 관람을 여행 일정에 포함시켰다. 가보지 않는 것도 예술가로서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우리는 오후 동안 귀중한 골동품, 조각품들과 유럽민의 삶의 단면들을 그린 그림들을 꼼꼼히 감상했다.
역사 속 영웅들과 그들을 도왔던 신들을 묘사한 걸작들이 가장 인상 깊었다. 비록 다른 문화권에 속해있고 예술표현 형식도 달랐지만 나는 그 예술가들과 내가 연결된 것 같았다. 그들은 우리가 무대 위에서 보여주고자 한 역사 속의 위대한 순간들과 신성한 존재에 대한 존경을 캔버스에 나타내었다.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하면서 영혼을 살찌웠지만 몸이 피곤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거의 3시간 동안 힐을 신고 돌아다니다 보니 주차장으로 가는 지름길이 어딘지 간절히 알고 싶을 정도였다. 다음 방문할 때는 운동화 신는 것을 까먹지 않게 알려주시길.
센 강
여행 중의 백미는 바로 센 강에서 보트 투어를 할 때였다. 배로 이동하면서 여러 사람들이 다리 위에서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기억나는 장면은 한 여성과 눈이 마주쳤을 때 내가 미소를 짓자 그녀도 미소를 지은 것이다. 또 꼬마 남자아이에게 손을 흔들자 내게 팔을 크게 흔들어보였다. 몇 차례 이런 경험에 근거하여 나는 누군가에게 손을 흔들면 그들도 손을 흔들어준다는 과학적인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미소가 전염성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나의 힘찬 응원의 에너지를 친구들에게 퍼뜨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우리 일행 전부가 강가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게 되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온 세상에 행복을 전파하는 것’이었으며 이는 션윈 멤버들이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이었다. 우리의 이런 쾌활함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 회사원, 손자들과 함께한 조부모와 여행객들의 시선을 끌 수 있었다. 이 때 션윈 포스터나 배너 같은 것이 있었다면...
잠시 사색에 잠겨 있었는데 누군가가 “저기 봐! 성호잖아!”라고 외쳤다. (차성호는 이번 시즌 손오공 역을 맡은 수석 무용수 중 한 명이다.) ‘어떻게 여기 있지?’하고 뒤돌아 갑판을 살펴보았으나 그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도 그를 찾고 있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모두 어느 곳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었는데 바로 강 건너편에 있는 뱃머리에...
손오공 동상이 있었던 것이다!
프랑스에서 마주친 ‘성호’가 어색할 법도 하지만 나에게는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했다. 내 생각에 중국 예술품들은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것 같다.
앨리슨 천 (Alison Chen)
Dancer
기고작가
2012년 5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