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바디 리틀락 오리행진
오전 10시 47분
나는 지금 피바디 호텔로비에서 피바디의 유명 스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15분 후면 등장하는데 호텔 직원들이 벌써 레드 카펫을 준비 중이다.
카메라 작동을 확인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션윈 단원이신가요?” 정장과 구두 차림의 호텔 여직원이 물었다.
그녀는 질문에 답을 듣고는 곧 붉은색 옷을 멋지게 입고 오른손에 지팡이를 든 한 남성을 소개해줬다. 그는 로이드 위드로우 극단장으로 공인 받은 세계적인 오리 훈련사 세 명 중 한 사람이었다. 정말 멋졌다.
오전 10시 51분
사회자 켈리 웬도 로비에 들어와 합류했다. 마침 우리가 공연을 진행했던 로빈슨센터 음악홀 옆에서 리틀락 쇼가 진행되기 때문에 호텔측은 우리에게 션윈을 대표하여 명예 오리조련사가 되어줄 수 있는지 물었다. 우리들의 임무는 피바디 오리들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부터 분수대까지 펼쳐진 레드 카펫 위를 걷는 것이었다. 이는 매일 펼쳐지는 퍼레이드인데 1940년 이래로 전쟁여부와 상관없이, 13명의 대통령이 바뀌는 동안 오리 70세대를 걸쳐 이뤄져 온 것이다.
우리는 영광스러운 초청을 받아들이고 임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오리행진이 어떻게 진행될 지 많이 궁금했다.
오전 10시 53분
오리조련사 위드로우 씨가 켈리와 나를 불러 분수대 옆에 서게 하고 지팡이로 명예 오리조련사 작위를 수여했다.
로비에 군중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정장을 입었고 어떤 이들은 편한 옷차림이었다. 정장 입은 사람들은 호텔 직원들로 오리 경호원처럼 일렬로 서 있었고, 편한 옷차림의 사람들은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오전 10시 58분
우리는 투명 엘리베이터까지 이어진 화려한 레드 카펫 위를 걸었다. 켈리와 나는 우리 뒤를 따라오는 오리조련사 위드로우 씨의 지시대로 나란히 서서 관중들을 보며 걸었다.
“고개 숙여 인사하세요,” 그의 지시에 따라 인사한 후 고개를 드니 –“공주님처럼 손을 흔드세요,” “미소 짓기 잊지 마세요,” 등의 지시가 이어졌다.
테라스 무도회장에 도착하자 오리들이 멋진 바구니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JJ라는 이름의 수컷 청둥오리 한 마리와 4마리의 암컷 오리들까지 총 5마리였다. 우리는 오리가 엘리베이터에 탈 수 있게 옆으로 비켜섰다. 오리들은 자신들을 감탄하며 바라보는 관중들을 보러 투명유리 쪽으로 뒤뚱뒤뚱 걸어갔다.
로비에는 존 필립 수자가 작곡한 킹코튼 행진곡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오리조련사 위드로우가 문을 열고 지팡이를 들어 오리들에게 길을 안내했다. 켈리와 나는 뒤쳐진 오리들을 내보냈다. 청중들은 감탄을 연발하며 박수 갈채와 플래쉬 세례를 보냈지만 오리들은 그 상황 속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했다.
우리는 로비의 절반 쯤 반원을 그리며 걸었다. 켈리와 나는 분수대 앞에서 멈췄고, 오리들은 분수대로 곧장 뛰어들어 즐겁게 꽥꽥 울었다. 그들은 남은 하루 온종일 흡족히 즐기며 수영하고 그들의 일정을 알맞게 수행할 것이다. 그들이 진정한 VIP(Very Important Poultry;매우 중요한 닭•오리따위의 가금류)였던 것이다.
이 오랜 전통에 대해 궁금한 분들을 위해 잠시 소개해보겠다. 이 행사는 1932년 피바디 호텔 매니저 프랭크 슈트에 의해 시작됐다. 그는 사냥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자 술을 흥청망청 마셨는데, 술에 취한 채 친구와 호텔 로비 분수대에 살아있는 사냥 유인용 오리를 풀어뒀다. 그런데 그 오리들이 손님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제이드 잔 (Jade Zhan)
기고 작가
2012년 3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