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볍의 가르침: 1부
용감한 구출작전에 대한 개요
바닷가에서 내가 지키는 세 가지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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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이 모래투성이가 되지 않도록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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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가 햇볕에 그을리는 것 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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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젖지 않게 하기.
나는 뜨거운 태양이나 파도를 즐기지는 않지만 모래성 쌓기와 조개껍질 줍기는 좋아한다. 하지만 때로 이마저도 재미없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지난 3월, 플로리다 공연의 주최 측에서 해변 바비큐 파티를 열어주었을 때, 나는 연날리기를 해보았다. 내 연은 나일론재질에 초록색 꼬리가 두 개 달린 자그마한 보라색 연인데 여행할 때 가지고 다니기에 딱 알맞은 크기였다.
날씨는 연을 날리기에 최상이었다. 맑은 하늘에 바람이 일정하게 불었고, 시야를 가리는 북적이는 인파도 없었다. 동료들 대부분은 해안을 따라 멀리 수영을 하거나, 바비큐 그릴 옆에서 수다를 떨었다. 친구 하나가 도와주어 내 연은 순식간에 공중에 떠올랐다. 모든 것이 완벽할 것만 같았다. 시샘한 나무가 내 연을 인질로 붙잡지만 않았더라면 말이다.
그 나무는 해변에서 자랄 나무도 아니었다. 코코넛이 달리는 키가 크고 늘씬한 사촌들과 달리 이 녀석은 사촌들의 반밖에 안 되는 작은 키에 몸통은 뭉툭했으며, 옹이도 많았다. 또 서로 뒤얽힌 가지들은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져 제멋대로 갈라져있었고, 나무 밑 둥에는 과거에 짜증을 부려댔다는 증거로 낙엽과 나무껍질 조각이 어질러져 있었다.
먼저 친구가 나무에 걸린 연을 풀어내려고 연줄을 몇 차례 잡아당겼다. 나뭇잎들은 쉿 소리를 내며 연을 더 꽉 움켜쥐었다. 나는 연을 좀 헐겁게 하려고 조약돌을 몇 개 던졌다. 하지만 잔가지들만 우수수 떨어져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다시 시도했고, 이번엔 나뭇가지를 함께 던졌다.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공중을 가르며 불길하게 들렸고, 나무는 내 발을 향해 무언가 뱉어냈다. 그것을 주워들고 보니 연의 귀퉁이 조각이었다.
나무 1승 우리 편 0승
나는 침통한 표정으로 친구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하면 무기도 없이 적을 무찌를 수 있을까?
다행히, 누군가가 대비책을 가져왔다. 우리가 곤경에 빠진 것을 보고, 동료 블로거이자 바이올린 연주자인 동시에 무술 유단자이기도 한 케빈 양이 중국 검을 이용해보자고 했다. 그는 맨발로 나무를 타고 올라가 검으로 나뭇가지들을 콕콕 찔렀다. 하지만 연은 너무 높이 있었다.
양 장군은 대대적인 공격을 위해 병력을 모두 모았다. 오케스트라 단원 3명이 돌이며, 잔가지며, 천막에 있던 테니스공 등을 일제히 던지기 시작했고, 그 사이 4번째 단원은 밝은 분홍색의 프리스비(플라스틱 원반 놀이기구)로 간헐적인 공격을 했다.
하지만 교활한 그 나무는 프리스비까지 손아귀에 움켜쥐어버렸다. 테니스공을 던져봤지만 이마저도 인질로 붙잡혀버려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나무 2승 우리 편 0승
“더 무거운 것이 필요해!” 양 장군이 소리쳤다.
누군가 새로운 무기를 가지러 뛰어갔는데, 바로 뚜껑을 따지 않은 생수병이었다. 병사들은 다시금 활기를 띠고 각자 공격을 개시했다. 그동안 나는 연줄을 이용해 연을 좀 헐겁게 하려고 애썼다. 줄을 흔들어 대면 되지 않을까?
나는 머리숱이 덥수룩한 괴물 주위를 까치발로 살금살금 움직이면서 부드럽게 줄을 당겼다. 왼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 그러자 어느 한 지점에서 드디어 연이 움직였고, 희망이 좀 보였다. 하지만, 이는 연을 더 높은 가지로 붙들기 위한 적군의 악랄한 계략이었다.
“좋지 않은데,” 친구가 중얼거렸다. “줄을 잘라야 할 수도 있겠어.” 그때 누군가의 이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조심해!”
바로 그 순간 어느 동료의 머리 옆으로 물병이 비껴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참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오케스트라 팀은 잠시 긴박한 논의를 하려고 모여들었다. 불확실성과 의문이 우리를 감쌌다.
나무 3승 우리 편 1패
그들은 가장 빠르게 멀리 던질 수 있는 사람에게 물병을 주기로 결정했다. 그의 목표는 프리스비든 테니스공이든 둘 중 하나라도 되찾는 것이었고, 그런 다음 힘을 합해 연을 되찾기로 했다. 그것이 성공을 위한 최선이었다.
“줄을 잘라야 할까?” 친구가 물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 한 눈으로는 날아가는 물병을 보면서 대답했다. “어쩌면.”
“더 높이!”
“좀 더 왼쪽으로!”
조준 실력이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한번은 프리스비를 치기도 했지만, 떨어지진 않았다.
“던지려는데 나뭇잎이 너무 많아.” 친구가 말했다. “연줄이 나뭇잎에 온통 다 엉키려고 해.”
4-5미터 쯤 높이에 걸려 초라하게 구겨진 채 엉망진창이 된 내 연을 곁눈질로 보았다. 줄을 당기면 당길수록 나뭇가지사이에 더 엉키게 만들 뿐이었다.
“그래, 그렇게 하자.” 나는 연줄을 홱 잡아당기며 동의했다. 줄이 끊어지면서 일부만 손에 남았다. 나와 연의 관계는 끊어지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우리 병사들이 단체로 울부짖는 소리를 냈고, 나는 빈손으로 서있는 다섯 명의 소년들을 돌아보았다. 나무 위를 올려다보니 가지 사이에 아늑하게 자리 잡고 앉은 플라스틱 물병이 빛줄기를 반사시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를 놀리려는 게냐...”
다음에 계속...
제이드 잔 (Jade Zhan)
기고 작가
2012년 5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