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투어 중?
2012년 시즌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우리는 곧 뉴욕에 돌아가 다른 2개 공연단과 만나게 될 것이다.
사실 올해 투어 중에는 뉴욕에 자주 돌아왔다. 또, 링컨센터 공연 후에는 2주간 공연이 없어서 뉴욕 본부에 있었다. 우리 방에서 지내고 스튜디오에서 무용 레슨을 받고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그래서 아직도 투어 중인지 자주 의문이 들었다.
유럽(작년에 갔었음)이나 아태지역(내년에 가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공연과 달리, 우리 예술단처럼 북미를 순회하면 이런 특이한 경험을 한다. 우리는 공연과 공연 사이에 공백이 생기거나 본부 가까운 데에서 공연이 있으면 이렇게 본부로 돌아온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같은 곳에서 공연한다면 불가능한 일인데 말이다. 2월에 아시아로 떠난 뉴욕예술단은 이번 주말에나 복귀할 예정이다.
한편으론, 본부 가까운 곳에서 공연하면 무용 슈즈나 소도구 등 소품을 보다 쉽게 보충할 수 있다. 버스로 이동하기 때문에 공항과 달리 테니스 라켓이나 100㎖ 넘는 액체류 등이 검열될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물건을 깜박 잊고 오더라도 다음 공연 장소에서 손쉽게 배송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가끔 투어 중이라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 어쩌면 내 경우는 북미 공연이 처음이라 그럴 수 있고, 그동안 다른 곳에서 공연하는 데 많이 익숙해져 그럴 지도 모른다. 내게는 공연하러 떠난다는 건 몇 달간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시즌 투어가 시작되었을 때 진짜로 투어를 떠난다는 게 실감나지 않았다.
첫 공연지였던 워터베리, 필라델피아, 보스턴 같은 도시는 멀지 않아서 공연을 마칠 때마다 본부로 돌아왔다. 워싱턴DC 공연 전후, 그리고 캐나다에서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보낸 뒤에도 복귀했다. 우리는 이번 시즌에 링컨센터를 두 차례 찾았는데, 총 12회 공연 중 매 1회 공연이 끝날 때마다 본부로 돌아왔다. 그리고 링컨센터 두 번째 방문 직후에는 2주간 공백이 있었다.
그나마 2~3월에 대륙을 횡단하며 했던 공연이 내게 익숙하던 투어와 비슷했다. 올해 투어는 프랑스 레스토랑의 3코스 요리 같았다. 1월 공연이 애피타이저(전채요리)라면 2~3월, 4월 중순까지는 앙뜨레(주요리), 4월 중순부터 지금까지는 디저트(후식) 같았다. 단지 프랑스식 코스요리를 맛보는 시간보다 좀 오래 걸렸을 뿐이다. 내 생각에 나는 그냥 서브웨이 샌드위치처럼 한 번에 먹는 데 익숙한 것 같다.
2주 내내 본부에 있다 보면 부작용도 있다. 아직 투어 중인데도 체감상 마치 끝난 듯 느껴지는 것이다. 둘째 주에 우리는 무용 동작을 가다듬었다. 우린 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하고 꾸준히 연습했기 때문에 동작이 거의 자동적으로 나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동작 순서와 대형을 잠깐 생각해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빠르게 회복했고 총연습 때는 “공연모드”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 우린 디저트의 ‘마지막 두 조각’인 필라델피아와 버팔로로 떠날 준비를 마쳤다.
이번 시즌을 마치고 기분 좋은 여름을 맞이하면 좋겠다.
Gary Liu
Dancer
2012년 5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