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볍의 가르침: 2부
해변의 늦은 오후. 햇살을 가득 품은 파도가 느릿느릿 밀려오고 있었다. 바다는 고요했고, 하늘은 청명했다. 더없이 평화로운 한 때였다.
한편, 육지에서는 수 시간째 격전이 벌어졌다. 두 명의 무용가와 다섯 명의 음악가들이 연을 물고 놓지 않는 나무와 사투를 벌였고 결국 지고 말았다. 적은 고결한 프리스비, 용맹한 야구공, 충성스러운 물병까지 세 명의 인질을 더 포획했다. 아군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바람은 속삭이듯 잠잠했고, 햇빛은 너무 강렬했다. 오케스트라 단원 네 명이 나무에 빼앗긴 무기들을 떨어뜨리려고 막대기와 돌을 던져댔다. 그들 리더인 양 장군은 나무 중간쯤에 올라 앉아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그는 근처에 놓아둔 칼을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장하지 않은 적에게 칼을 사용함은 명예롭지 않은 일이었고, 더구나 길이도 너무 짧아 소용이 없었다.
먹구름이 낀 듯한 형국으로 승산이 없어보였다. 어쩌면...
“어쩌면 포기해야할 것 같아,” 내가 말했다.
“그렇지 않아.”
양 장군은 확고했다.
“우린 연을 되찾게 될 거야.” 그리고 이어진 그의 침묵은 다른 것들도 되찾을 수 있다고 덧붙이는 것 같았다.
그의 군대 쪽을 바라보았다. 저들도 분명 그렇게 이해했을까? 이 상태라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 다음엔 또 무엇을 나무에게 뺏기게 될는지, 양말일까? 신발? 아니면 영혼?
무엇을 던져도 바로 되돌아왔고, 가끔 적의 무기가 딸려오기도 했다. 나뭇가지에 엉켜있는 것들을 헐겁게 하려고 맨손으로 잡고 흔들어도 보았지만,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나는 깨달았다. 이건 오기가 아니라 명예가 걸린 문제였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도 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어쩌면 고군분투한 결과였을 수도 있고, 아니면 전세가 역전된 결과일 수도 있다. 어쨌든, 투척하고, 뛰어 오르고, 흔들어댄 것이 결국 성공하여 먼저 프리스비를 쳐서 헐겁게 하더니 다음엔 테니스공 차례였다.
크나큰 기쁨이었다.
양 장군은 승전을 기회로 전술을 바꿨다. 적의 우수한 방어력에 우리 무기가 소용없다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우리도 맞불작전으로 나가기로 했다.
“나뭇가지를 모아서, 그것으로 연을 걸어서 끌어내리자.”, 양 장군이 말했다.
“이미 그렇게 했었어,” 누군가 말했다. “네가 나무에 올라갔어도 연이 너무 높았는걸.”
“그럼 더 큰 나뭇가지를 찾으면 돼,” 양 장군이 답했다. “그리고 나도 더 높이 올라가면 되지.”
병사들은 서로를 흘낏 보았다.
“우린... 그럼 너를 어떻게 내려오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누군가 말했다.
장군은 잠시 고민을 했다. 5초 동안.
“음, 나도 어떻게 내려와야 할지 모르겠어,” 그도 인정은 했지만, 어쨌든 나무에 오르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그의 지시에 따라 수풀더미 속에서 나뭇가지를 찾기 시작했다. 적어도 2미터는 될 법한 거대한 갈고리 같은 것을 하나 후보로 선정했다. 그것을 장군에게 가져가는 데만 두 사람이나 필요할 정도였다.
잠시 후, 장군은 그것을 돌려주었다.
“안되겠어. 이건 너무 커. 남는 가지들을 좀 잘라내야겠어. 그냥 막대기 하나만 있으면 돼.”
우지직 우지끈 뚝딱!
그들은 그가 요구한대로 했다.
양 장군은 막대기를 손에 쥔 채 나무 위로 최대한 높이 올라갔다. 네 명의 병사들은 마치 나무 주위에 안전망을 치듯 둘러섰다. 막대기가 무성한 나뭇잎을 뚫고 들어가자 모든 눈이 한 곳에 쏠렸다.
높이... 더 높이...
막대기가 연 바로 앞까지 가까워졌지만 아직 부족했다. 양 장군은 부족한 거리를 계산했다. 그는 나무 위로 한 발짝 더 올라가기 위해 균형을 잡으며 몸의 무게 중심을 옮겼다.
“워 워 워—!”
“나뭇가지를 조심해! 부러뜨리지 말고!”
“네 몸무게가—”
“그렇게 위험을 무릅쓸 가치가 없어—”
병사들 사이에 소동이 일었다, 하지만 양 장군은 이미 우리 손을 떠나 위로 올라갔다...
... 이윽고 초록색 꼬리가 두 개 달린 뭔가에 닿았다.
물론, 연이었다. 우리는 모두 숨을 죽였다. 나는 막대기의 움직임을 보려고 애썼다.
찔렀다. 찔렀다. 놓쳤다. 찔렀다. 놓쳤다. 놓쳤다.
“조금 만 더...” 나는 생각했다.
찔렀다. 놓쳤다. 찔렀다. 놓쳤다. 놓쳤다. 놓쳤—어, 잠깐, 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연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양 장군은 미로 같은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막대기를 조심조심 움직여서 드디어 연을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는, 나무를 지지대 삼아 안전한 높이까지 내려왔다.
이제 그가 뛰어내리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그는 나무 위에 그냥 있었다.
“이봐,” 그가 말했다. “누가 카메라 가져다 사진 좀 찍어줄래?” 마치 힘들었던 전투를 잊지 않으려는 듯.
“승자를 아는 데는 다섯 가지 방법이 있다. 싸워야할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자가 승리한다. 병력을 많이 써야할 때와 적게 써야할 때를 아는 자가 승리한다. 지위 고하에 관계없이 뜻을 같이하면 승리한다.”
~손자(孫子), 손자병법(兵法)
제이드 잔 (Jade Zhan)
기고 작가
2012년 5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