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왔지만, ‘시즌’은 아직
2020년이 끝나간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네요. 상반기가 지나서야 겨우 2020년대라는 것에 익숙해졌는데 말이죠. 그런데 벌써 새로운 한 해를 앞두고 있다니! 홀리데이 시즌을 맞아 기쁜 마음으로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네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올해 3월 이후 션윈 단원들의 삶도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처음 두 달간은, 원래대로라면 이 나라 저 나라를 돌아다니며 무대 위에 섰을 시기에 중공 바이러스 때문에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죠.
하지만 모두들 잘 버티고 있답니다. 한 주 한 주, 한 달 한 달. 동료 무용수들은 예술단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기운을 차리고 스스로 다그쳐 훈련에 매진해 왔어요. 그리고 언제든 새 공연시즌이 발표되기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2020년 모든 것이 비정상이 되었지만, 션윈 단원들의 삶에서 하나만은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여기서 ‘정상’은 션윈 단원들로 말하자면 사실 이례적인 상황이지만요.
그러니까 올해 션윈 공연시즌의 시작은 겨울 홀리데이 시즌과 겹치지 않습니다. 2006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션윈 예술단원들은 홀리데이 시즌을 투어 중에 맞지 않게 되었어요. 끝없이 뻗은 서부행 고속도로 위가 아닌, 여행 가방을 끌고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는 중이 아닌, "징글 벨"이나 "고요한 밤"이 흘러나오는 길가 휴게소와호텔 로비에서가 아닌 ‘평범한’ 홀리데이 시즌을 맞게 된 것이죠. 예년 같았으면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새 프로그램에 완전히 몰입해서 홀리데이 시즌은 그저 부차적인 이벤트로,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은 다음 투어 도시로 가는 일정 중 일부로 그렇게 보냈을 텐데요.
보통 션윈 본부에서는 추수감사절 다음 날 주변 나무 등에 홀리데이 전등을 설치합니다. 그리곤 장식이 완성되자마자 단원들은 드레스 리허설에 돌입해 최종 투어 준비에 여념이 없게 되죠. 그 바쁜 와중에 짬짬이 선물 교환은 하는데, 이듬해 5월까지는 다른 투어 팀의 친구들과 만날 수 없기 때문이에요.
12월 말은 보통 각 투어 팀이 이미 두어 도시에서 공연을 마치고 계속 순회공연을 이어갈 시기입니다. 그 가운데 션윈 단원들은 가능한 시간을 짜내어 함께 홀리데이 시즌을 축하하죠. 많은 공연 도시에서 주관기관 및 후원자들께서 가족과 보낼 시간을 할애해 저희 단원들을 챙겨주시는데요, 한 번은 해변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어주시기도 했어요(플로리다). 보통은 호텔 회의실을 잡아 진수성찬 뷔페와 끝없는 파티 스낵을 준비해 주시죠. 파티가 열리는 밤, 션윈 단원들은 모두 동시에 공연자이자, 참가자이자, 청중이 됩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짧은 실내악곡과 크리스마스 클래식을 연주하죠. 손 안 대고 오레오 먹기 대회처럼 이마 위에서 쿠키가 대롱거리는 우스꽝스런 동작 게임을 하기도 하고요. 라이브 반주가 있는 뮤지컬 의자는 필수품인데, 재미있기도 하지만 회의실에는 의자가 아주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떠들썩하게 제스처 놀이 같은 즉흥 연기 게임을 하기도 하는데 만능 배우 캐스팅이랄까요!
투어 중 맞이했던 홀리데이 시즌 중 가장 독특했던 경험은, 하루 종일 타고 있던 버스가 목적지에 거의 다 와서 고장이 났을 때였어요. 기사님은 버스를 큰 트럭 정류장에 세웠죠. 단원들은 계속 기다렸고요. 해는 떨어졌지만 남쪽 지방으로 가는 길이라 날씨는 포근했어요. 얼마나 지났을까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무용수들은 주차장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킥과 텀블링 플립을 하기 시작했죠. 남자무용수들은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몽골초원 춤을 추며 트럭 정류장에서 제법 그럴듯한 유목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몇 시간이 흘렀지만, 크리스마스 이브날 아스팔트 섬에 발이 묶인 상황에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모두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했죠. 마침내 버스를 수리하고 크리스마스 자정이 지나서야 비틀거리며 호텔로 들어갔을 때, 이불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것이 어찌나 행복하던지!
이제 왜 평범한 겨울 홀리데이 시즌이 션윈 단원들에게 새삼 이례적으로 다가오는지 아실 거예요.
안타깝게도 아직 션윈 공연시즌은 시작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즐거운 시즌입니다.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홀리데이 시즌의 핵심은 우리가 가진 모든 것, 특히 가족과 친구들에게 감사하고, 지난해를 되돌아보며 낙관적이고 굳은 결심으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겠지요.
션윈 단원 모두가 여러분의 겨울 휴가시즌이 안전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몸과 마음 모두 따뜻하시길, 어서 다시 공연장에서 뵙기를!
베티 왕 (Betty 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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