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음식 후기: 2편
마침내 타이완(Taiwan)에 왔도다! 향이 고약한 과일, 철자가 틀린 디자이너 브랜드, 그리고 가장 중요한 — 맛있는 음식의 섬.
타이완에 대해 내가 받은 인상은 굉장히 쾌활하고 친절하며 음식이라면 껌뻑 죽는 그런 아시아인들이 사는 곳이라는 것이다. 작년에 투어 차 타이완에 왔을 때 나는 길에 차보다 오토바이가 더 많다는 사실 뿐 아니라 집보다 음식점이 더 많은 것도 보았다.
대부분의 주요 도로에서 커플들마다 죄다 버블티 노점상이나 간식거리 좌판으로 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집에서 식사하는 것보다 밖에서 이렇게 먹는 것이 더 간단하다. 하지만 식도락가들에겐 집이 곧 식당이고 식당이 곧 집이기 때문에 별 차이가 없다.
의외로 타이완 섬은 그 크기에 비해 지형과 기후가 매우 다양하다. 덕분에 편리하게도 고산지대에서 채취한 우롱차부터 저 아래 바닷가 해산물까지 가지각색의 생산물이 다 있다. 우리도 편리하게 한꺼번에 다 먹어보고자 했다!
매 공연장마다 지역 책임자들이 공연장 뒤편에 요리팀을 꾸려 우리에게 식사를 제공해주었다. 그래서 매 공연 전후에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만약 밤 늦은 시간에 배가 고프게 되면, 미국보다 훨씬 저렴한 맥도날드 햄버거를 호텔 문 앞까지 공짜로 배달시켜먹으면 된다. 드물게 공연이 없는 날도 있었는데, 그런 날엔 야시장으로 향했다. 그곳은 가히 음식천국이라 부를 만한 곳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타이완의 야시장이 냄새나고 시끄럽고 붐비고 또 심지어는 비위생적이라고 할지 모른다(헉!). 하지만 여러분이나 나 같은 식도락가에게 야시장은 세계 최고의 명소다. 거기서 어떤 별나고 멋진 요리를 발견하게 될지 당신은 아마 상상도 못할 것이다. 오리 머리부터 닭 꽁지까지 모든 것이 다 있다.
그럼 함께 살펴보자:
돌돌 말은 파전병
그냥 평범한 팬케이크냐고? 아니올시다. 총요우빙(葱油饼, 중국식 파전병)이라는 것인데 평범한 팬케이크 그 이상이다. 이건 기발하게 발명된 간단한 중국요리로서 그냥 당신이 지금까지 먹어본 중에 가장 맛있는 팬케이크일 것이다. 내 생각에 이 파전병은 예술작품이다. 재료들의 완벽한 조화, 잘 어우러진 식감, 거기에 아무 재료로나 뚝딱 만들어 먹기에도 좋다.
밀가루 반죽에 잘게 썬 파를 넣어 만든 팬케이크는 눈앞에서 황금빛 도는 갈색이 될 때까지 바싹 튀겨진다. 훌륭한 팬케이크는 겉은 파이처럼 얇고 바삭바삭하며 속은 쫄깃쫄깃하다. 지하철에서 사먹는 것처럼 계산대 앞에 서서 내 맘대로 온갖 재료와 양념을 더해 넣는데, 한 끼 식사로 그만이다.
대표적인 “하우스 스페셜” 콤보 메뉴에 대한 광고지를 보라. 45 타이완 달러(미화 1.50달러) 밖에 안한다. 구운 소시지에 훈제 베이컨, 치즈 맛 나는 옥수수, 달걀, 바질... 이래봐야 아직 넣을 수 있는 재료의 반 밖에 안 넣었다!
더블 치즈 와퍼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속이 좀 더 알차다(건강에 더 좋을지는 모르겠다). 버거킹(Burger King)의 홍보 문구인 “입맛대로 즐기세요.” 보다도 파전병이 훨씬 더 마음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버거킹도 능가한다. 오징어나 닭고기 카레, 또는 연유가 들어간 버거를 본 적이 있는가?
꼬치 구이
양고기 케밥(Kebab)
중세 페르시아의 기사들이 칼에 고깃덩어리를 꽂아 모닥불에 굽는데서 발명되어 오늘날 전 세계인이 즐기는 먹거리가 된 것이 아닐까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몽고인들이 발명한 케밥은 유목민인 튀르크족(Turkic tribes), 신장(Xinjiang) 위구르족으로부터 중국에 전해진 것인데, 오늘날에는 타이완의 야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들렀던 한 가게에는 “신장 정통의 맛”이라며 관심을 끄는 광고문구가 적혀있었고 심지어 요리사가 직접 요리하는 사진도 있었다. 아마도 주인인 것 같은데 터키인처럼 보이고 콧수염이 있는 대머리 중국인이었다. 양고기는 넉넉히 주었는데 주로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나 뉴질랜드(New Zealand)에서 수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고깃덩어리에 향신료인 쿠민(cumin)가루가 뿌려져 있었고, 뉴욕(New York) 차이나타운(Chinatown) 노점상들이 파는 것보다 훨씬 크고 육즙이 풍부했다.
오징어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몰라도 동아시아인들은 오징어를 통째로 먹는 것을 즐긴다. 물론 무섭게 생기긴 했지만 말이다. 오징어는 최고의 단백질 공급원이며, 꼬치에 통째로 꽂아 먹으면서 걸을 수 있어서 다른 노점상에 가는 동안 시간도 절약된다.
자루 옥수수
표지판에 “당일에 수확해서 주문과 동시에 조리 한다”고 적혀있어서 생 옥수수인줄 알았다. 사실 먼저 삶아 놓은 옥수수를 자루 채 자동으로 돌아가는 석쇠에 얹어 겉이 살짝 타서 바삭하게 되도록 굽는다. 깨를 좀 뿌린 다음 먹고 싶은 맛을 선택하는데, 코코넛, 해초, 사테이(satay), BBQ 이외에도 다양한 맛을 고를 수 있다.
귀뚜라미
이것은 내가 유일하게 시도해보지 않은 음식이다. 너무 담이 약해서거나 뭐 그런 건 아니었다. 정말이다. 벌써 한 손에 음식만 두 봉지나 들었고 다른 손에는 버블 티를 들고 있어서 그랬다. 그렇지만 번데기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은 “고칼슘, 고단백에 피부 미용에도 그만”이라는 귀뚜라미를 아마도 꼭 먹어볼 거라고 생각한다. 왜 안 먹겠는가?
타이완에서 자란 동료 무용수 한명은 내게 TV에서 바퀴벌레 튀기는 법과 빨간 바퀴벌레가 왜 검은 바퀴벌레보다 맛있는지를 설명하는 요리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찜 요리 돼지피떡(豬血糕)
하루는 건성으로 타이완 뉴스를 보던 중에 나의 주의를 끈 것이 있었다. 작은 노점상 앞에 엄청난 수의 손님들이 번호표를 들고 간절한 마음으로 줄서 있는 것이었다.
언뜻 보니 뉴스속보는 아니었고, 타이베이(Taipei) 스린(Shilin) 야시장의 일상이었다. 리포터가 이 사람들에게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물어보러 다가갔다. “친구가 그러는데 지금까지 중 최고래요.” “이 돼지피떡 먹으려고 30분이나 줄섰어요.” “죽기 전에 이 돼지피떡을 꼭 먹어봐야 돼요.”
"피떡"의 영문명 "Bloody Cake"에서 “Bloody”가 영국식 영어 구사자에게 있어서 형용사이기보다는 오히려 저급한 감탄사이긴 하지만, 그것은 정말로 “피떡”이라고 불린다.
피에 적신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이 좀 뱀파이어처럼 들렸지만 나는 호기심이 일었다. 돼지피떡이 뭐였지? 나는 타이완을 떠나기 전에 꼭 한번 먹어보려고 수첩에 적어놓았었다. 마지막으로 야시장에 갔을 때, 타오위안(Taoyuan)에서 결국 먹어 봤다.
나는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인 돼지피를 쪄서 만든 떡을 주문했고, 가장 많이 팔리는 고명인 땅콩 가루와 고수풀을 곁들였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실망했다. 아무 맛이 안 났다. 그건 땅콩과 고수가 가미된 그냥 찹쌀떡일 뿐이었고, 피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문화를 다소 이해하지 못한 탓에 아직 돼지피떡의 역사적인 엄숙함에 감사할 줄 모른 거라고 추측한다.
이런 중국 속담을 들어봤을 것이다. 남인식미(南人食米), 북인식면(北人食麵)이라고. 북방 사람들은 국수를 좋아하고 남방 사람들은 쌀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그들은 쌀을 주제로 한 음식에 대한 애착을 품고 남부 푸젠(Fujian)성으로부터 해협을 건너 타이완으로 온 이주민들이었다.
피는 어디서 온 것일까? 고대 중국에서는 농경용 가축들을 주로 하늘에 제물로 바치기 위해 죽였다. 한 해 중 그 때 이외엔 고기가 귀했고 춘궁기엔 특히 더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살된 돼지와 오리로부터 영양가가 높은 피를 모아 국에 넣거나 밥에 섞어 쪘다.
시간이 흐르고 오리 피보다 싼 가격 덕분에 돼지 피가 대중화되었다. 타이완의 돼지피떡은 제2차 세계대전 후 타이베이에 있는 한 도살장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곳엔 처분되기 전의 돼지피를 사려는 사람들이 일찍부터 몰려들었다.
사실 최고의 요리가 탄생한 시기는 곤궁했던 시기다. 아니면 배고플 땐 뭐든 맛있기 때문일까?
그 유명한 악취 나는 두부... 취두부(臭豆腐)
취두부는 우연히 발명되었다. 아니면 십중팔구 블루치즈가 “발견된” 것과 같은 의미로 “발견”이라고 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 두부를 항아리에 넣어놓고 깜빡했는데 너무 오래 되어 청색을 띤 채 악취가 나게 변해버렸다는 것이다.
그 누군가가 바로 청(淸)나라 학자 왕치화(王致和, Wang Zhihe)다. 그는 과거시험에 낙방하게 되자 북경에 그대로 머무르며 두부를 팔기로 했다. 그러나 이 악취 나는 발명품의 형태의 중국 문화로서 후세에 공헌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가 제안하는 취두부를 먹는 12단계:
1. 정말 정말 배고파 질 때까지 기다린다.
2. 친구 A, B랑 야시장에 간다. 이 때 A는 취두부를 정말로 사랑해 마지않는 친구여야 하고, B는 정반대로 그것을 혐오하는 친구여야 한다.
3. 허기진 취두부광(狂)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눈을 부릅뜨고 주시한다.
4. 후각에 좀 더 의지한다. 왜냐하면 눈에 띄기 전에 코가 먼저 반응할 것이므로.
5. 만약 친구 B는 쓰레기장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다며 역겨움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반면, 친구 A는 마을 최고의 취두부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한다면 당신은 제대로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6. 잠시 그 냄새를 쫓다보면 군침을 흘리며 줄서있는 취두부광(狂)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7. 그 취두부가 바삭바삭하게 잘 튀겨졌다면 최고의 취두부가 맞다.
8. 표지판에 적힌 광고만큼 악취가 나는지 확인한다. 어떤 취두부는 판매자가 유독가스를 배출할 양철통 배기구 같은 것을 설치해야만 할 만큼 냄새가 심하기도 하다.
9. 4단계부터 8단계까지 잘 따라왔다면 빙고! 악취 나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한 것에 대해 자축해도 좋다.
10. 값을 따지지 말라. 나라면 적어도 지금은 그러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곧 값을 매길 수 없는 사치를 완전 싼 값으로 즐길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11. 반드시 채소 피클과 매콤한 핫소스, 그리고 고수풀을 뿌려달라고 하라.
12. 입안의 맛봉오리가 파티라도 하는 줄 알도록 천천히 씹는다. 후각도 만족시킨다. 사진도 찍고. 순간을 음미하라. 친구 A와 나눠먹고. 친구 B의 면전에 취두부를 흔들어 준다. 악취가 진동하는 경험에 푹 빠져보라.
다시 한 번 짚어보는 황금 법칙: 악취가 심할수록 더 맛있다.
이 법칙은 또한 악취도에 관한 수식으로도 표현 가능하다. 악취 풍김이 증가함에 따른 맛과 즐거움이 증가하는 정도는 비례한다. 무한대로.
덧붙임 말
중국인은 한국인의 찐 번데기에 대한 열정을 이해하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반면 다른 사람들이 취두부광을 이해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는 역겹지만 중독성이 있는 모든 그런 간식에 관한 나의 관점이다. 즉, 당신은 그것을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다. 그리고 고백하는데, 엄마의 의견을 존중은 하지만, 내가 취두부보다 좋아하는 것은 없다—취두부는 내 인생 최고인 것이다.
나는 이로써 내가 살아있는 한, 두부 냄새가 더 심해지거나 말거나 나의 온 마음과 위장을 다해 취두부를 사랑하고 아낄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 (죽음이나 소화불량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매년 타이완에 오면 가장 강도 높은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올 해만 해도 33일 간 37회 공연을 소화했는데 하루에 대략 1.121212회를 한 셈이다. 하지만 공연이든 음식이든 중국 전통예술에 대해 존경해마지않는 지역 주민들의 환대에 힘든 줄도 모르고 기꺼이 임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음식이란 정성을 들여 만든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벤 천 (Ben Chen)
무용수
2012년 8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