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블로그: 진회 부부 깨끗이 쓸어내기

풍자적인 션윈 작품 ‘간신배를 쓸어내다’에 등장하는 악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

역사에 따르면 중국의 베네딕트 아널드(역주: 미국에서 ‘매국노’로 간주되는 대표적 인물 1741~1801)는 독설을 뿜는 악마 같은 여자와 결혼했다고 합니다. 남송 시대 사람인 진회(秦檜)와 그의 부인 왕 씨는 중국인들이 가장 미워하는 부부로 손꼽히는데요. 두 악당은 외국 침략자들과 손잡고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장군인 악비(岳飛)를 모함한 일로 악명이 높습니다..

12세기 송나라 재상이던 진회는 그 좋은 머리를 간계를 부리는데 썼습니다. 마키아벨리 식 술책으로 정적을 제거하고, 황제에게 아부하고, 전쟁 영웅들에게는 누명을 씌우죠.

1127년 송나라는 여진족의 침략을 받습니다. 여진족은 송나라 황제는 물론, 진회를 비롯해 신하들을 포로로 잡아가죠. 인질들 중 누구하나 고향으로 돌아온 이가 없지만 진회만은 털끝하나 다치지 않고 ‘기적적으로 탈출하여’ 남송의 수도로 오게 됩니다.

사실 여진족이 금과 맛있는 음식으로 진회를 매수하고는 백전불패의 장군 악비를 죽이라는 단 한 가지 조건을 걸고 그를 풀어줬던 것입니다. 악비만 제거된다면 여진족이 중국대륙을 차지하는데 거칠 것이 없고 결국 황제는 백기를 드는 수밖에 없다는 계산 때문이었죠.

남송으로 돌아온 진회는 고종 황제를 설득해 전장에 나가 있는 악비 장군을 불러들입니다. 그리곤 반역죄를 씌워 악비를 감옥에 가두죠. 하지만 악비는 두 달간 이어진 고문에도 결코 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이 악비를 존경하던 백성들은 분노했고 석방을 촉구하는 상소를 올리기 시작하죠. 진회가 민심을 받아들여 악비를 풀어줬을까요?

여기서 진회의 부인 왕 씨가 등장합니다. 성을 잘 내는 악당이자 사악한 음모자였던 왕 씨는 악비를 처치하지 못해 안달이 나 있었죠. 백설공주에 나오는 나쁜 왕비처럼 왕 씨도 과일을 사용합니다. 사과에 독을 넣는 것이 아니라 귤껍질 안에 처형 명령서를 끼워 넣는 계략을 꾸미죠. 진회 부부는 이 귤을 판사에게 몰래 전달했고, 얼마 안되어 위대한 장군 악비의 일생은 끝나게 됩니다.

악비가 처형되면서 남송은 가장 충직한 장군을 잃었고 동시에 남송의 방어선도 무너지게 됩니다. 곧이어 여진족은 대륙을 차지했고, 진회 부부도 스캔들에서 벗어나게 됐죠. 결말은 어떻게 됐을까요?

누가 진회 부부를 따끔하게 혼내주고, 그 죄를 밝힐 수 있을까요?

이 때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미친 승려 펑보(風波)’입니다. 펑보 스님은 영은사(靈隱寺)의 풀타임 잡역부인데, ‘미친 승려 지공’과 함께 유명한 인물이죠. 이 두 스님은 중국 문학에서 참으로 낭만적으로 그려지는데요. 펑보 스님은 션윈 2014년 작품 ‘간신배를 쓸어내다’에서 바보 같지만 사랑스러운 영웅으로 그려집니다.

펑보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괴짜였죠. 새가슴에 등은 굽고 코는 비뚤어졌지, 웃어도 얼굴이 일그러지는데다 눈은 사시이고 바보스러움이 철철 넘치는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매일같이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며 사람들을 놀리곤 했는데요. 미친 듯이 보이지만 사실 펑보는 앞을 내다보는 공능과 함께 마법의 빗자루를 쓰고 도술을 부리는 능력자였습니다.

자 이제 잠시 뒤로 돌아가 봅시다. 두 악당을 다들 기억하시죠. 악비 장군을 몰래 처형한 진회 부부는 돈을 물 쓰듯 하며 흥청망청 시간을 보냅니다.

하루는 영은사에 불쑥 나타나 점을 쳐달라고 하죠. 나이든 주지 스님은 진회 부부를 맞아들이나 수십 리 밖에서도 악당들의 악취를 탐지할 수 있는 펑보 스님은 이들 부부를 환영하기는커녕 빗자루로 진회를 때리기 시작하죠. 이 사이 왕 씨 부인은 점괘를 뽑느라 바빴는데요. 글쎄 모든 점괘가 나쁘게 나오자 분통을 터뜨리기 시작합니다.

절 전체가 야단법석이 된 것이죠. 왕 씨는 불길한 점괘에 화가 나서 고함을 치고 진회는 절을 부숴버리겠다고 난리를 쳤죠. 하지만 뭐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미친 승려 펑보가 있으니까요. 펑보 스님은 살인과 반역을 저질렀다며 진회 부부를 엄하게 꾸짖고는 말 그대로 절에서 이들 부부를 쓸어내 버립니다. 이후 진회 부부의 운명은 낭떠러지로 떨어지듯 추락하죠.

옛 중국인들은 인과응보를 믿었습니다. 바로 선에는 선의 보답이 있고, 악에는 악의 보응이 있다는 뜻이죠. 역사 기록에 따르면 진회는 악몽에 시달리다 결국 자기 혀를 씹어 죽음에 이를 때까지 피를 흘렸다고 합니다. 이후 왕 씨는 지옥에 떨어진 남편이 매일 밤 찾아오는 악몽에 시달렸고요. 죽을 때 왕 씨의 혀가 다시 세치 이상 길어졌다는데요. 바로 살아생전에 한 모든 거짓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네요.

           

진회 부부가 죽은 후 이들의 만행이 드러났고, 이후부터 진회 부부의 이름이 중국 역사서의 블랙리스트에 새겨지게 되죠. 중국인들이 진회 부부를 어찌나 미워했던지 이들을 저주하는 동상과 튀김 요리까지 만들어냈습니다.

미친 승려 펑보에 대해 말하자면 지금도 마을 광장에 불쑥 나타나 마당을 쓸기 시작한답니다. 끽 소리가 날 정도로 깨끗한 데서도 말입니다. 단 하나의 악한 기운도 남아 있지 못하게 하려는 뜻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