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기 좋은 신발을 신거나… 맨발로라도
무용수의 옷차림, 무용 영상, 그리고 포즈에 대하여
지난여름 링컨센터에서 공연을 마친 뒤, 잠시 여유를 내어 뉴욕 거리를 걸을 기회가 있었다. 콜럼버스 서클로 향하던 중—여자들이 쇼핑 기회를 놓칠 리 없다—한 행인이 눈에 들어왔다. 키가 크고 늘씬한 몸매에 독특한 스타일, 단번에 무용수라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
무용은 내 직업이자 삶 그 자체다. 뉴욕 거리에서 본 그 ‘스트리트 스타일’의 여성처럼, 나 역시 하루 종일 무용복을 입고 지낸다. 우리는 편안함과 실용성, 가벼움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옷을 고른다.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살짝 보온이 되는 얇고 부드러운 스웨터, 필요하면 발목 위로 걷어 올릴 수 있는 신축성 좋은 저지 팬츠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언제나 무용용 스니커즈를 신는다. 겉보기에는 전투화 같지만 가볍고 유연하며, 하루 종일 연습한 뒤에도 발과 발목을 따뜻하게 보호해 준다.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내가 아끼는 아이팟 터치다. 워밍업을 할 때 음악을 듣거나 개인 연습을 할 때 유용하다. 무엇보다 ‘무용 영상’을 볼 때는 최고의 도구다. 세계적인 무용 경연 영상이나 좋아하는 무용수들의 공연은 하루라도 빼놓지 않고 본다.
우리에게 무용 영상을 보는 일은 화가가 루브르 박물관을 백 번쯤 다시 찾는 것과 같다. 언제나 새롭게 보고 배울 것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무용수들이 관객과 어떻게 교감하고, 인물과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보는 것은 그들의 시선을 들여다보는 특별한 경험이다. 이것이 바로 중국고전무용의 매력이다. 내면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인물에 완전히 몰입하게 된다. 어떤 인물을 표현할 때 나는 단순히 그 사람의 입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되어 그녀의 방식으로 춤추고 그녀의 감정을 느낀다.
무대 위에서 활동하는 우리는 카메라 앞에서도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보다 포즈 잡기를 즐긴다. 자신이 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싶기 때문이다. 다리를 뒤로 들어 머리에 닿게 하거나, 공중으로 뛰어올라 미끄러지듯 날아오르거나, 해변이나 잔디 위에서 마음껏 공중제비를 도는 것—그저 즐겁기 때문에 하는 일이다.
아마 이런 사진들을 이전 블로그에서 몇 장쯤은 보았을 것이다. 위 사진은 플로리다 포트로더데일 해변에서 찍은 동료 무용수(이자 블로거) 앨리슨 천이다.
무용은 우리의 열정이다. 우리는 마당에서 물구나무를 즐기던 아이들처럼, 단지 그 모습 그대로 자라난 사람들이다. 나는 이런 삶이 좋다. 그래서 마음만큼은 늘 어린 채로 살아가는 것도 괜찮다. 여행길에 오르고, 세계를 누비며, 많은 예술가들이 꿈꾸는 무대에서 매진 공연을 이어가는 나날들로 내 삶은 채워져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것은 공연이 끝난 순간의 감정이다. 관객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할 때, 그 모든 노력과 시간이 충분히 가치 있었다는 깊은 만족감이 밀려온다.
춤추기 좋은 신발을 신거나… 맨발로라도
2012년 2월 3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