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캐니언 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
미국을 가로지르는 장거리 버스 이동은 벅차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공연마다 온 힘을 쏟아낸 뒤 잠시 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자, 경이로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올해 션윈 뉴욕예술단은 북미 지역만을 순회하며, 전 일정을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새너제이에서 캔자스시티로 향하는 길 위에 있다. 오늘 하루는 협곡과 고원, 강, 그리고 설산이 이어지는 장관으로 가득했다. 아침 무렵 그랜드 캐니언을 지날 때는 막 동이 트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 풍경은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떠났던 횡단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그날 밤 우리는 그랜드 캐니언에 너무 늦게 도착해 텐트를 칠 엄두를 내지 못했고, 결국 미니밴 안에서 잠을 청했다. 삼남매 중 막내였던 나는 가장 비좁은 자리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야 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마주한 것은 해가 떠오르는 그랜드 캐니언의 절벽이었다. (전날 밤에는 어두워서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구겨진 몸의 통증은 창밖에 펼쳐진 광경을 보는 순간 순식간에 기쁨으로 바뀌었다. 25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그 기억은 지금까지도 또렷하다.
이번 투어를 통해 나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다시금 깊이 체감하고 있다. 어린 시절, 여러 국립공원을 방문했고 거의 모든 주를 여행할 기회를 가졌지만, 이렇게 온전히 이 나라를 바라본 것은 오랜만이다. 정치적 견해와는 무관하게, 미국을 진정으로 마주해 본 사람이라면 이곳이 위대한 땅임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여행 중 만나는 사람들 역시 늘 마음을 움직인다. 애리조나 협곡의 기념품 가게에서 만난 호기심 많은 젊은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 콜로라도의 웬디스 매장에서 우리를 응대하며 동료들에게 우리 이야기를 꼭 전해야겠다고 했던 중년 남성, 그리고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떠나기 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입맞춤을 건네던 작은 중국 소녀까지. 어디를 가든 사람들은 우리가 누구인지 궁금해하고, 어떤 관객이든(그 다양성은 실로 놀랍다) 우리의 공연을 진심으로 사랑해 준다. 때로는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공연 내내 관객들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를 바라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리기도 한다.
이제 이번 시즌 투어의 마지막 몇 주를 앞두고 있다. 이 땅의 풍경과, 그 속에서 만나는 따뜻한 얼굴들을 계속해서 마주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에밀리 마이어스 (Emily Myers)
션윈뉴욕예술단 오케스트라 오보이스트
2011년 4월 15일
